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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가장 높아지는 가을의 바로 전 계절이지만, 살인적인 더위라 사람들은 하늘을 올려다보지도 않고 아스팔트와 그늘 따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가끔 장마전선에 관한 뉴스가 들려오기는 하지만 전날의 비를 기억해낼 수 있을 정도로 그 다음날이 시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오늘의 체감 온도는 31도이다.

      

“죽일 거다.”

“요괴는 죽이면 안 되는데.”

“쏘삭거려서 빠져나간 놈들은 좀 때려도 돼.”

“와, 그런 말 쓰는 사람 진짜 오랜만에 본다.”

본래 악의를 담아 이야기하는 편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괘씸해서 째려보니 옆에 있던 희우희현은 슬슬 멀어졌다. 그는 땡볕 아래에서 제일 피해야 하는 색인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티셔츠의 80퍼센트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커다란 명화 프린팅이 되어 있었다. 주황색 배경에 카키색 줄이 그어진 벨트와 물이 빠진 청바지. 운동화인지 워커인지 제대로 분간하기 힘든 운동화의 코가 걸어 다닐 때 나타나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한번 탈출하면 사원증과 정장을 비롯한 복장 규정을 준수하는 옷차림, 심지어 주머니나 책 안에 감춰둔 부적도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 도망 다니는 것이 요괴이다. 인구밀집도가 있듯 요괴의 밀집도에 따라 대처 방법은 천차만별로 달라지고, 심하면 어느 구역을 공사 중이라는 뻔한 핑계를 대서 통제를 한 뒤에 처리해야 할 수도 있다.

희우희현이 자연스레 손에 에이드 한 잔을 들려주면서 다시 옆으로 다가왔다. 어디서 샀냐는 질문에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를 가리키는 표정이 밝기 그지없다.

    

“너는 위기감을 좀 길러라.”

“제가요?”

“언제 어디서 요괴가 튀어나올지 모르는데 당연하지.”

“어차피 눈 마주치면 도망갈 텐데….”

맞는 말이었다. 도망가다가 넘어진 요괴를 하나하나 잡고, 어떤 팀은 산을 오르다가 멧돼지의 뱃가죽 아래에 붙어 있는 것을 데려와야 해서 한 명이 들이받혔다고 했고. 그렇게나 직원을 무서워할 거면 탈출하지를 말 것이지,

그러니까 더위에 약한 소재가 아니라, 옥이든 무엇이든 둘러야 했다니까. 어두운 벌집에서 사는 벌이 빛을 보면 계속 그쪽으로 향하는 것처럼, 벌어진 나무궤짝의 틈을 비집고 나온 요괴들. 자신을 비롯한 일부 인원의 우려를 발로 차버린 팀에 대한 분노 반, 그리고 요괴가 통 보이지 않아 난 짜증 반으로, 현진은 말 그대로 속이 부글부글 끓는 중이었다.

    

희우희현이 현진에게 사다준 것은 블루 레모네이드였다. 정말 딱 여름에 잘 어울리는 메뉴라고 추천을 받았다는데, 지나치게 신맛이 날 것 같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현진은 음료를 빨대로 휘저었다.

“너무 시다고 하실까 봐 아이스크림도 추가했는데.”

“그건 잘했네.”

“근데 레모네이드에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어본 적이 없어서 맛은 잘 모르겠어요.”

에이드를 사다준 희우희현도 뭔가 들고 있었는데, 아마 얼음을 갈아 넣은 스무디와 비슷한 게 아닐까 싶었다. 요즘은 주스 가게도, 스무디 가게도 많이 생겼던데 한 번도 마셔본 적 없어요. 넌 그런 이야기 할 거면 어디 높은 곳에 올라가서 주변이라도 둘러봐. 저 시력 그렇게까지 좋지 않아요.

    

    

받침대 없는 분수가 물을 쏘아올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아치를 아이와 부모가 함께 뛰어다니거나 손을 잡고 걷는다. 현진이 블루 레모네이드를 절반 이상 비우는 동안 희우희현은 정말로 요괴를 찾을 생각인지, 공원을 여러 번 돌고 와서 주저앉았다. 그때까지도 음료는 3분의 2 정도 남아있었다.

“보이냐?”

“아뇨, 못 봤는데요.”

봤으면 전화를 걸었겠지, 무의식적으로 한번 씹었던 빨대를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는 희우희현을 곁눈질했다. 여러 차례 동행했는데, 특징을 파악하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여름이 되었는데도 약간 다듬기만 한 검은색 머리카락이 금색 눈동자를 가릴 듯 말 듯 늘어진다. 바람이 불어도 눈을 깜빡이지 않고, 누군가가 소리를 내면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긴 하지만 아주 돌아보지는 않는다. 그런 것과는 별개로 같이 다니는 자신이 말을 걸면 금세 눈을 마주친다. 표정은…언제나 웃고 있으니 이런 것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고.

    

“선배도 라이터 들고 다니실래요?”

“뜬금없이 무슨 라이터.”

“연기를 마시게 하면 의외로 돌아갈 수도 있잖아요.”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다 젖은 슬리브 버리고 와.”

너무해, 하면서도 현진의 슬리브까지 받아서 착실하게 쓰레기통까지 걸어간다. 그러고 보니 어째 사주는 것은 줄곧 저쪽이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저녁까지도 수색이 끝나지 않는다면 정말 저녁 식사는 자기가 사줘야 할지도.

    

다음날이 평일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지금은 토요일이다. 연인이든 가족이든, 오늘 피곤한 것은 내일 충분히 잠을 자서 피로를 풀면 되니 최대한 늑장을 부리는 날이다. 좋아하지 않으면 이렇게 나와 있을 리가 없지, 좋아하지 않으면…….

이 일을 왜 하느냐, 하면 희우희현은 그게 옳은 일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라는 답을 했다. 아주 마음에 드는 답은 아니었는데 아주 성에 차지 않는 답도 아니어서 내버려둔 것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데리고 다닐 이유가 없잖아.

그렇게 눈을 돌렸을 때, 저쪽의 쓰레기통 쪽에서 희우희현이 작은 울타리를 넘어 나무와 풀숲 사이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저거 또 말 안 하고 다니다가 사고 치지, 혀를 차면서 일어나 쫓아갔다.

    

희우희현은 요괴의 앞에서 라이터를 켰다. 작은 바퀴 같은 것이 빠르게 굴러가며 칙 소리가 났다. 작은 불꽃이 주황색으로, 푸른색으로, 노란색으로 일렁인다. 그는 좋아하는 것에 열중하는 편이다.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신경이 쓰이고, 완벽하게 몰두하게 되고, 그러니 애쓰지 않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열심히 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거라면 열심히 할 수 있을 텐데 말이야.”

그렇지만 제아무리 무지개를 잡고 싶다고 쫓아도, 사람은 결국 먼 곳에서 무지개를 보면서 살 수밖에 없다. 희미하고 부드러운 빛 속에 숨을 수 없는 이들이 기어코 태양빛을 향해 돌진해서 이런 결말이 되는 것도. 그래도 오랜만에 놀 수 있으니 좋았다고 해야 할까.

현진이 뭐 하냐고 뒤에서 소리 지를 때, 희우희현은 기껏 만들어낸 불을 요괴 쪽으로 훅 불어 껐다. 라이터를 쥔 손을 흔들어 연기를 없애며 그는 땅바닥에 쓰러진 요괴를 가리켰다.

    

“잡았당.”

“잘하는 짓이다, 인마!”

누가 나무에 불붙이는 걸로 오해해서 경찰을 불렀으면 일이 꼬인다고, 꼬인다고. 잔소리를 들으며 희우희현은 일단 손짓을 했다. 기껏 요괴를 기절시켜 놨는데 이렇게 놓치면 수지가 안 맞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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